결혼을 앞두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고 난 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처음 집을 보았을 때보다 몇배는 심각하게 더러운 집...
청소를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근본적으로 손상된 벽지와 몰딩 그리고 장판 등,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돈이 없어 어쩔수 없이 구축 아파트로 오긴 했지만 신혼살림을 하기에는 짝지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
새로 집을 구할수는 없기에 결국 스스로 해결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돈이 없는 살림에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어 셀프로 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올해는 중요한 시험도 끝났고 결혼준비 이외 신경써야할 것이 없기에 남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작업을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어디부터 어떻게 하며 어디까지 셀프로 인테리어를 해야할 것인지 정하기전 먼저 손상이 심한 부위부터 살펴 보았다.
화이트계열의 벽지인데 화장실 스위치 부분 손때가 심하게 타 보기 매우 흉했다.
손때인지 아니면 소변이 묻은건지 도대체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오염...
나무 몰딩위에 페인트를 입혀놓았는데 페인트다 삭아 갈라지고 떨어진 모습이다.
몰딩과 바닥면을 이어주는 실리콘은 절반정도 떨어져 있어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아이를 키우던 집이라 쇼파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낙서가 보였다.
서울/경기는 임대인이 우위에 있어 보통 입주할 때 임차인이 도배 장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방은 아닌 경우도 많고 이렇게 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협의가 필요했는데 전세가 잘나가는 지역이라 그런지 도배 장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해줄 마음이 없다고 하셨다.)
무언가를 붙였다가 떼어내면서 함께 떨어진 벽지와 어울리지 않는 스위치이다.
이 집의 스위치의 모양과 색은 전부 재각기 달랐다.
음식물이 튀어 굳은 형태도 보였고 낙서도 있었다.
벽지 상태가 정말 심각하다 못해 폐가를 연상케 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 어느정도 이해는 했지만 이정도 낙서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도배를 요구했을 것이고 계약상에 명시했을텐데 원래 아기가 살던 집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는 부동산 아주머니와 정말 심각했던 거실 한면만 도배해주겠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제안에 을의 입장인 나는 그들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다면 하겠지만 내 짝지는 외국인이다.
그녀는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으니 처음부터 신축에 깨끗한 곳에서 시작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이해하겠지만 타지에서 나 하나만 보고 오는데 형편없는 보금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대신 결심했다. 셀프로 해보자고
내가 계약한 집은 전세이다. 계약상 특약을 건 것도 없기에 내집이 아닌 남의 집을 인테리어 한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나마 훼손이 너무 심한 벽지의 경우 내가 적절히 가려서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하고 승인받은 것 이외는 없기에 일반 인테리어 처럼 무엇을 만들어 붙이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은 능력도 없을뿐더러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나와 내 짝지의 요구사항을 담아 꾸며볼 계획이다.
나에게 여유로운 것은 시간이고, 부족한 것은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돈이다.
경험과 노하우는 유튜브나 셀프인테리어를 직접 한 사람들의 후기나 사진을 보며 연구를 하였고, 금전적인 부분은 한계선을 지정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예산은 20만원 내외로 잡았다.
벽지는 페인트 마감
스위치 교체
몰딩 페인트 처리 및 욕실, 주방 실리콘 재시공
그렇게 나의 계획은 정해졌고 이제부터 하나 하나 천천히 셀프인테리어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미적 감각 전혀 없고 손재주 없어 서툴고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열정과 시간을 쏟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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